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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 신화에 관한 글을 쓰려다가 폐기한 원고 일부입니다.
국내에 발트 신화 관련한 신뢰할 만한 글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기에, 제 하드 디스크에 썩혀 두느니 차라리 자유롭게 인용할 수 있게끔 공개합니다.
I. 개요
유라테는 바다의 여신이자 인어의 수장으로, 그 이름은 “바다”를 뜻하는 리투아니아어 단어 유라 (jūra)에서 왔다. 폴란드어로는 유라타(Jurata)라고 한다.
II. 문증
유라테는 유명한 리투아니아 전설 «유라테와 카스티티스(Jūratė ir Kastytis)»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이야기의 원형은 매우 오래된 것이 확실하지만 현전하는 판본이 옛 판본과 동일한지는 알 수 없다.
유라테가 근대 낭만주의 시기에 창작된 신격인지 옛 발트 신앙 체계에서 실제로 숭배된 신격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라트비아 구전에서 대응하는 신격이 발견되지 않는 점은 유라테가 창작된 신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이야기는 1842년에 루드비크 유체비치(Ludwik Jucewicz)가 폴란드어로 출판한 «제마이티야 회고록(Wspomnienia Žmudzi)»에 최초로 문헌으로 기록되었으며, 19세기 낭만주의 시인 요나스 마출리스(Jonas Mačiulis)가 «유라테와 카스티티스»라는 시를 출판하여 유명해졌다. 많은 학자들은 현전하는 이야기에 19세기 문학가의 창작이 어느 정도 가미된 것으로 본다.
III. 전승
오래 전 페르쿠나스가 모든 신을 다스리던 때 여신 유라테는 발트 해 밑바닥에 자리한 호박으로 지은 궁전에 살았다. 그는 모든 여신 중 가장 아름다웠지만 인간의 사랑을 알지 못하였다.
어느 날 슈벤토이(Šventoji)의 대담한 어부 카스티티스가 발트 해로 나가 그물을 던졌다. 유라테는 카스티티스에게 인어들을 전령으로 보내 신성한 발트 해의 물을 더럽히며 물고기를 잡지 말라고 경고하였다. 인어들은 카스티티스를 뭍으로 돌려 보내기 위하여 경고와 유혹의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카스티티스는 유혹의 노래에도 아랑곳없이 묵묵히 그물을 던지며 물고기를 잡았다. 유라테는 여신의 명령을 거역하는 대담한 사내가 누구인지 궁금하여 그 모습을 보았는데, 생전 처음으로 지상의 아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곧바로 깊은 사랑에 빠졌다. 유라테는 카스티티스의 아름다움과 용기에 반하여 인어들을 시켜 더욱 강력한 유혹의 노래를 부르게 하였고, 노래에 홀린 젊은 어부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유라테의 바닷속 호박 궁전에 있었다.
유라테와 카스티티스는 바다 밑의 궁전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천둥신 페르쿠나스가 이들의 밀회를 알아채었고, 신과 인간이 사랑을 나누는 것에 격노한 그는 유라테의 호박 궁전에 벼락 투창을 던져 궁전을 산산조각내었다. 벼락을 맞은 카스티티스는 그 자리에서 절명하였고, 유라테는 부서진 궁전의 폐허 한가운데에 사슬로 묶여 영원한 벌을 받게 되었다.
오늘날까지도 발트 해 밑바닥 화려한 호박 궁전이 있던 자리에는 사슬에 묶인 유라테가 바닷물에 잠긴 채로 애절한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가 어찌나 슬프고 아름다운지 차갑고 고요한 해저의 바닷물조차도 동요하며 물결을 일으키고, 그 물결에 바다 아래에 가라앉은 호박 궁전의 잔해가 떠밀려 바닷가로 떠밀려 온다. 이것이 바로 차갑게 굳은 유라테의 눈물이자, 여신과 청년의 사랑과 같이 순수하고 투명한 발트 호박(baltic amber)이다[1].
오늘날 슈벤토이에서 남쪽으로 십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한 해안 도시 팔랑가(Palanga)에는 발트 해에서 난 아름다운 호박을 전시하는 팔랑가 호박 박물관(Palangos Gintaro Muziejus)이 있으며, 그곳에서도 유라테의 이 흥미로운 전설을 소개한다.